천천히 쓰다듬는 손길이 너무나 부드럽게 느껴졌다.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그저 평소와 같이 이른 아침 일어나 집사의 얼굴을 톡톡 두드려 깨웠다. 집사는 부스스 일어나 나를 보고는 생긋 웃었다. 그러더니 차츰 무언가에 놀란 듯 눈동자가 커졌다.
“여긴…….”
집사가 나를 살짝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그대로 거울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뭐야? 아침부터 왜 저래? 그렇게 생각하며 집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돌아…… 왔어?”
집사의 목소리에서 절망인지 희열인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평소와 같은 아침인데 뭔가 집사의 상태가 이상……. 아? 집사의 상태를 살피던 나는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
왜 목숨이 하나 줄어있지?
집사는 한참동안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급하게 채비를 하더니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분명 목숨이 줄어 있는 것과 집사의 수상한 행동이 연결된 것 같단 말이지?
나는 얼른 창문 틈을 열고 집사를 따라 집을 뛰쳐나갔다. 집사를 따라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집사가 시야 밖으로 도망쳐 봤자 냄새는 진하게 풍기니까. 집사는 시장길 옆 골목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곧바로 한 가게로 뛰어들어갔다. 그저 평범한 전당포였다. 저기가 그렇게 급하게 달려가야 하는 곳이었다? 왜지?
나는 수상하단 듯 가게 간판을 잠시 보다가 열려있는 창문 틈을 통해 안을 살폈다.
“여기 돈이 있으니 얼른 돌려줘요!”
“아니, 알았다니까. 거참. 가져올 테니 잠깐 기다려요.”
집사가 가게 주인에게 다급하게 외치자 주인은 곧 안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왔다. 저건…… 아버지가 준 거라며 아끼던 거였다. 얼마 전부터 안 보인다 했더니 전당포에 맡겼었구만. 검을 받아든 집사는 얼른 몸을 돌리다가 멈칫하더니 가게 주인을 돌아보았다.
“…사흘 후 마수들의 침공이 시작될 거예요. 그 전에 도망치든 대비하든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뭐? 마수들의 침공? 그게 무슨 소리요?”
“믿든 안 믿든 자유에요.”
그렇게 말한 집사는 곧장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곤 보존식 몇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집사의 동향을 쭉 살피던 나는 집사가 들어오기 전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먼저 집에 들어와 있었다.
“먀우, 어디 있어?
집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찾았다. 나는 마치 늘어지게 자고 있기라도 했던 듯 기지개를 한번 켜고 나서 찬장 아래로 내려갔다.
“먀옹~.”
무슨 일이냐는 듯 집사를 바라보자 집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먀우, 내 말 알아 듣는 거 알고 있어. 네가 마녀인 것도 알고 있고.”
……얘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3년 간 아무 것도 모르던 꼬맹이가 갑자기 이걸 어떻게 알았다? 집사의 표정은 진지했다. 농담을 하거나 때려맞춘 게 아니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거였다.
“후. 그걸 하루 아침에 갑자기 깨달았다고? 어제까지만 해도 귀여운 고양이인 줄만 알았잖아?”
고혹적인 표정으로 집사를 내려다보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면 내가 집사보다 컸으니까. 과연 갑자기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했는데도 집사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
“자세히 설명하려면……, 길어.”
그렇게 답한 집사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이 왜 두려움이나 호기심이 아닌 그리움처럼 느껴지는 걸까.
“먀우.”
집사는 자신이 지어준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꽈악 끌어안았다. 당황한 쪽은 나였다. 집사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너무나…… 너무나 보고 싶었어.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어……? 무, 뭔 소리야! 어제도 봤잖아!”
“아냐, 너한테는 어제일지 몰라도, 내게는 2년이 넘는 시간이었어.”
이게 무슨……, 이해 못할 소리에 막 짜증을 내려던 순간 한 가지 마법이 머릿속을 스쳤다.
“너 설마…….”
나는 얼른 집사의 품을 벗어나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평범해보이는 푸른 눈동자였다. 하지만 가볍게 마력을 담아 그 눈동자를 바라보자 그 안에 고여 있는 마력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세하게 설명해.”
이건 하룻밤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집사의 안에는 얼마인지 짐작도 되지 않은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다.
지난 주까지 했던 매일 쓰기를 일단 올리고...
다시 매일 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ㅠ
일이 바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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