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5일차_약속

제넬 2022. 4. 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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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athan Oakley on Unsplash

 

바짝 타는 입술을 곱씹었다. 자야 하는데, 긴장을 한 것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이불을 감싸쥐고 자세를 고치며 다시 한번 잠들려고 노력했다.

내일은 바로 그 애와의 첫 데이트였다. 물론, 데이트라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겠지만. 정확히는 살 것이 있어 동대문에 간다는데 나도 살 것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 동대문 시장이다. 우리가 가는 곳은 의류가 아닌 부자재시장이라 새벽같이 일찍 갈 필요는 없지만, 역시 아침 일찍 가야해서 우리의 약속 시간은 6시 반이었다.

근데 2시 반인 지금까지 못 자면 어떡해!!’

나는 머리를 쥐어 맸다. 씻고 챙기는 걸 생각하면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니 지금 잠들어도 세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데……. 한숨을 쉬며 나는 미리 챙겨 둔 옷을 확인했다. 라인이 들어간 블라우스에 청바지. 가장 아끼던 옷이었던 만큼 망설임 없이 고를 수 있었다.

가방은 너무 튀지 않는 에코백으로 하고, 신발은 나이스 운동화…….’

그렇게 5번째 의상점검을 마치고 나는 다시 한번 핸드폰 알람을 확인한 후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하느님 내일 늦잠자지 않게 해주세요.

 

알람 소리를 듣고 간신히 일어나긴 일어났다. 문제는 그게 기상 알람이 아니라 나갈 시간 알람이란 것이었다. 그나마 여유를 두고 시간을 설정했으니 5분에서 10분이면……, 아니! 그걸로 어떻게 씻고 꾸미……, 아니! 이 시간에 챙겨야 해!!

 

다급하게 챙겨 나간 보람이 있는지 다행히 제 시간에 열차를 탈 수 있었다. 덕분에 숨이 넘어갈 것 같이 뛰어야 했지만. 숨을 고르고 안을 둘러보자 텅텅 비어 있는 열차 안이 보였다. 역시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적은 것 같았다.

털썩 자리에 앉아 시계를 확인했다.

 


흐름이 잘 안 잡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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